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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 차일드의 추적자(Killing Floor) 1997년 : 2부 감옥으로 간 리처

by homeostasis 2023.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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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칭 시점은 읽기 편하다. 주인공의 내적 대사를 그저 따라가면 된다. <추적자>의 잭 리처는 다행히도 아주 수다스러운 주인공이다. 생각과 상상이 주특기인데 그 분야도 다양하다. 심지어 생각만으로 블루스 음악을, 그것도 볼륨을 조절해가며 들을 수 있다. 구치소에 갇힌 잭 리처는 살인을 자백한 허블과 함께 교도소로 이송된다. 거기서 리처는 우리가 감옥하면 떠올리는 전형적인 상황들, 이를테면 나쁜 교도관의 횡포, 강간의 위협, 죄수들 간의 집단 폭행 등을 모두 겪는다. 뻔하지만 그래서 재미있다.


1. 워터비 교도소

알리바이만 확인되면 풀려날 거라 믿고 구치소 안에서 편히 휴식(?)을 취하던 리처는 살인을 자백한 자가 나왔음에도 교도소행이 결정된다. 형사 과장 핀레이는 전문가의 소행임이 분명한 살인을 평범한 은행원 허블이 저질렀다는 자백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 고심 끝에 핀레이는 리처와 허블을 모두 교도소로 보낸다. 리처의 알리바이를 확인하는 데 한참 시간이 걸릴테고, 전직 헌병 수사관 리처가 허블과 한 감방에 있다보면 무언가 듣는 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반영되었다.

리처는 허블과 함께 수갑을 차고 교도소행 버스를 탄다. 버스 안에서 교도관은 예산 삭감 때문에 인력 절반이 해고됐다며 불만을 터트린다. 이 말에 리처가 심정적으로 공감을 표한다. 그 역시 국방부의 예산 문제로 군복을 벗었기 때문이다. 교도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밤. 심야 당번이자 부소장 스파이비는 둘을 미결수가 있는 6층으로 배정한다. 당연히 그런 줄로만 알고 잠을 잤는데, 눈 뜨고 보니 중범죄자들이 있는 3층이 아닌가.

 

아침 일과를 알리는 사이렌이 울리고, 개별 감방의 잠금장치가 풀리자마자 흑인 패거리가 리처와 허블의 방으로 몰려온다. 이 순간 1인칭 시점의 문장은 리처의 유년시절을 묘사한다. 일종의 플래쉬백! 아버지를 따라 전세계의 미군기지를 전전하며 어린 시절을 보낸 리처는 가는 곳마다 전학생을 괴롭히는 못된 무리와 싸웠다. 지금의 상황도 전학 첫날과도 같다. 이럴 때는 힘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패거리의 우두머리가 겁에 질린 허블의 안경을 뺏어 발로 밟아 버리자 리처는 갑작기 상대의 코를 향해 박치기 한 방을 날린다. 첫 놈은 언제나 철저히 밟아야 한다. 그래야 다른 놈들이 함부로 덤비지 못한다. 위기에서 벗어난 허블은 이때부터 리처를 구원의 동앗줄로 여기게 된다.

 

2. 샤워장 난투극

허블은 리처에게 필사적으로 자기 사정을 털어놓는다. 핀레이가 기대한 바가 정확히 이루어진다. 누군가 허블을 협박했고, 허블은 교도소가 차라리 안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리처는 그의 말을 듣고 조소를 금치 못한다. 교도소는 담배 한 보루만 받아도 살인할 수 있는 자들로 가득하다. 안전은 무슨 개뿔. 아니나 다를까 리처와 허블은 샤워장에 갔다가 백인 덩치 다섯 명에 둘러싸인다. 이와 비슷한 상황을 영화와 소설에서 수도 없이 봤다. 하지만 <추적자>의 난투극 묘사는 특별한 데가 있다. 리처는 상대의 손가락과 후두부를 작살내고 눈알을 뽑는다. 순식간에 교도관이 몰려들고 상황이 진정된다.

놀랍게도 아침에 리처에게 두들겨 맞았던 흑인 패거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 자청하고 나선다. 흑인 갱이 백인 갱을 아작 냈다 소문이 나면 교도소 내 흑인이 더욱 편하게 감방생활을 할 수 있다. 이때 부소장 스파이비가 나타나 급히 리처와 허블을 원래 있어야 할 6층으로 데려간다. 리처는 직감한다. 스파이비가 고의로 둘을 3층에 가뒀고, 백인 갱의 습격을 사주한 이도 스파이비라는 것을 말이다.

 

3. 투명인간

6층 감방으로 옮겨온 리처는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 틈을 이용해 저자는 리처의 개인적 정보를 독자에게 전달하기 시작한다. 리처는 삶의 대부분을 세계 각지의 미군기지에서 보냈다. 정작 미국 본토는 안 가본 곳이 많다. 전역을 하자마자 리처는 미국을 최대한 돌아 다녀보자 마음먹었다. 수많은 팬들이 잭 리처의 방랑자적 삶을 동경한다. 광활한 서부를 떠도는 무법자와 같다. 리처는 신용카드를 쓰지 않고 현금만을 사용한다. 행적이 기록에 남는 것을 절대적으로 피한다. 헌병 수사관 시절 수많은 탈영병을 추적했던 경험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다. 평생을 통제받는 군인으로 산 것에 대한 반발일 수도 있다. 

리처가 여지를 주자마자 허블이 쪼르륵 달려와 자기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쏟아낸다. 허블은 자신도 모르게 모종의 범죄에 가담했다고 한다. 사립탐정을 고용해 전모를 밝히려 했는데, 그 탐정이 악당에게 살해됐다. 리처와 허블이 용의자로 몰린 그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탐정이라는 것이 허블의 주장이다. 만약 탐정을 고용했다는 사실이 그들 귀에 들어가면 허블은 죽은 목숨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리처의 입장은 허블의 처지가 안타깝기는 해도 자기와 상관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리처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 생긴다.

※ 3부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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