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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봐서 나쁠 건 없는 영화(★★)

로미오 머스트 다이(Romeo Must Die) 2000년 - 2부 줄거리 및 상세정보

by homeostasis 2024.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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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스포일러가 목적인 글입니다. 경고!!

1) 오클랜드의 망나니

캘리포니아 주 서부 연안의 대표적 항구도시 오클랜드! 항만 지역의 각종 이권을 두고, 흑인 갱과 중국계 마피아가 오랜 시간 갈등 중이다. 삼합회 보스 추 싱(헨리 오 - 歐亨利 / Henry O)에게는 망나니 아들 포(존 킷 리 / Jon Kit Lee)가 있는데, 그가 여자 셋을 끼고 클럽을 방문한다. 흑인 손님이 대부분인 클럽에서 포가 끈적한 랩 댄스 - 영화에서 가장 뜨거운 장면으로 섹시 댄스의 수위가 아주 높다. 한국계 그레이스 박이 댄서 중 하나를 연기했다 - 를 즐긴다. 이것은 의도된 도발인가? 철부지의 만용인가? 

참다못한 클럽의 바운서 하나가 꺼지라고 일갈하며 시비가 붙는다. 추의 오른팔이자 조직의 넘버 투, 무엇보다 '패셔니 깡패'인 카이(러셀 웡 - 王盛德 / Russell Wong)가 부하들을 이끌고 클럽에 난입하여 포를 보호한다. 명품 브랜드로 온몸을 휘감은 카이는 덤벼드는 흑인 몇을 전광석화와 같은 솜씨로 쓰러 트린다. 일반인은 카이의 상대가 안 된다. 그래서 무술 좀 배운 듯한 흑인 트리오가 나선다. 1 대 3 대결이 펼쳐지는데 그 싸움의 구도가 <이연걸의 영웅> 라스트 장면 - 이연걸이 발차기 고수 3인(우영광, 노혜광, 예성)을 상대하는 - 과 흡사하다.

한 명을 먼저 무력화시킨 카이는 몸을 날려 좌우 양쪽, 2명의 상대에게 번개처럼 발차기 - 와이어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동작 - 를 날린다. 천하무적이다. 열받은 흑인들이 총을 꺼내고, 카이의 부하들도 총을 들어 맞선다. 대형 참사가 벌어지기 직전이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클럽의 사장 실크(DMX)가 나타난다. 2층 발코니에서 중화기를 들고 1층 플로어에 있는 카이 일당을 조준한다. 살고 싶으면 그의 말을 들어야 한다. 카이는 못 이기는 척 하고 클럽을 빠져나온다.

카이는 포에게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자존심이 상한 포는 손가락 욕으로 답을 대신하고 사라진다. 소란이 진정된 후 흑인 갱단 두목의 아들 콜린(D.B. 우드사이드 / D.B.Woodside)이 실크의 클럽에 나타난다. 양 조직의 2세들이 시차를 두고 같은 장소를 찾았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둘의 엇갈림은 오클랜드 암흑가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오니, 다음 날 새벽, 포는 전봇대에 매달려 죽은 상태로 발견된다.

  
2) 일촉즉발

포의 죽음으로 오클랜드 거리는 순식간에 화약고가 된다. 긴장 상태의 해소를 위해 보스 간 면담이 성사되고, 양 조직의 수장은 심복 한 명씩만을 대동하고 공항 라운지에서 회담을 갖는다. 왜 하필 공항 라운지인가? 비행기 티켓값만 지불하면 공항 검색대가 상대방이 비무장(공항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상태임을 보장한다. 흑인 조직의 보스 아이삭 오데이(딜로이 린도 / Delroy Lindo)는 아들을 잃은 추 싱(헨리 오 - 歐亨利 / Henry O)에게 애도의 뜻을 표한다. 그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것을 피력하기 위해 자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추는 의혹을 풀지 않는다. 추의 보복이 있을까 우려한 아이삭은 오른팔인 맥(아이제이아 워싱턴 / Isaiah Washington)으로 하여금 아들 콜린과 딸 트리쉬 오데이(알리야 / Aaliyah)의 신변보호 강화를 지시한다.

한편 태평양 건너 홍콩의 교도소에도 포의 사망소식이 전해진다. 그의 형이자 영화의 주인공 한(이연걸 - 李連杰 / Jet Li)은 동생의 죽음에 크게 분노한다. 누가 죽였는지 반드시 알아야겠다. 탈옥을 결심한 한은 일부러 소란을 일으켜 징벌방으로 끌려간다. 교도관들은 평소 말썽 일으킨 죄수를 이곳으로 데려가 교훈(집단 폭행의 다른 말)을 알려 주었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한을 거꾸로 매단다. 교도관이 진압봉으로 구타를 막 시작할 때, 기절한 줄 알았던 한의 눈이 번쩍 뜨인다. 한은 이들이 편히 갖고 놀 만한 사람이 아니다. 가공할만한 격투 기술로 - 그것도 다리가 묶인 상태에서 - 모두를 제압한다. 한은 교도관 옷으로 갈아입고 정문으로 당당히 교도소를 탈옥한다.

 
3) 로미오와 줄리엣

영화의 히로인은 아이삭의 딸 트리쉬 오데이(알리야 / Aaliyah)다. 대단한 매력의 소유자인데 성격도 좋다. 개인 부티크 숍을 운영하는데, 오빠 콜린이 여기 사무실을 제 집처럼 들르곤 한다. 트리쉬는 범죄자 아버지가 오빠 콜린까지 망치고 있다 생각해 연락을 끊고 지낸다. 윤리 감각이 좋다 할 수 있겠다. 이웃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이런 트리쉬에게 24시간 경호가 붙는다. 생긴 것부터 '깡패'라 써붙인 듯 한 모리스(앤서니 앤더슨 / Anthony Anderson)가 그녀 담당이다. 트리쉬의 짜증 수치가 급상승한다.

때마침 영화의 히어로, 한이 오클랜드 공항에 당도한다. 맨 먼저 들른 곳은 철물점이다. 대형 케이블 타이, 전자드릴 등을 사는데, 평범한 공구가 한의 손에 들어가면 총 못지않은 살상 무기로 변한다. 영업용 택시도 훔친다. 차를 세우고 식사하러 가는 택시 기사의 주머니에서 자동차 키를 빼내는 것은 식은 죽먹기다. 한은 손재주도 좋다.

한이 택시에 시동 걸 때, 트리쉬가 황급히 택시 문을 연다. 모리스를 따돌리고 도망치다 엉겁결에 택시를 탔는데 하필 한이 훔친 택시였다. 한은 트리쉬가 쫓기는 것 같아 빨리 액셀을 밟는다. 한숨 돌린 트리쉬가 차 앞에 비치된 영업 허가증을 살피고, 허가증 속 기사 사진과 한의 얼굴이 판이하게 다른 것을 확인한다. 차 도둑이라 짐작은 하지만 한의 해맑은 미소에 호감이 간다. 짧은 드라이브 동안 트리쉬와 한은 몇 번의 플러팅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이내 쿨하게 각자의 길을 간다. 

 
4) 어딜 가나 부동산이 문제

흑인 동네 오래된 이발소에 폭탄이 터진다. 사람들은 삼합회의 복수가 시작됐다고 수군댄다. 이 엄중한 상황 속에서 보스 아이삭은 새파랗게 젊은 백인 사업가 빈센트 로스(에도아르도 발레리니 / Edoardo Ballerini)와 골프 회동을 갖는다. 빈센트는 사모 펀드의 운영자쯤으로 추정된다. NFL 연고 구단이 경영 상 문제로 매각을 추진했고, 빈센트의 펀드가 강력한 인수 후보다. 그는 새 스타디움 건설을 명분으로 항만지역의 재개발을 노린다. 부동산 사업의 성패는 언제나 그렇듯 '저렴한 가격'과 '빠른 부지 매입'에 달려 있다. 빈센트는 이 두 가지 미션의 완수를 위해 양대 범죄조직의 수장과 손을 잡는다. 빈센트에게 중요한 것은 일의 진행 속도!! 아이삭은 여기서 딜레마에 빠지는데, 땅 주인들이 하나같이 오래 알고 지낸 이웃이다. 함부로 몰아붙이면 평판이 떨어진다. 부하 맥은 바로 이 지점에서 보스와 뜻이 다르다. 큰돈 앞에선 무정(無情)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신조다. 

 

5) 2세들

모리스를 따돌리고 잠깐이나마 자유를 만끽한 트리쉬. 맥은 그 일의 책임을 따지러 트리쉬를 찾아온다. 보스 아이삭이 특별 경호를 부탁했다. 사정 뻔히 아는데 트리쉬가 자기 멋대로 굴면 곤란하다. 평소 트리쉬에 관심이 있던 맥은 좋게 좋게 협조를 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맥의 잘난 척하는 태도에 트리쉬가 기분이 상한다. '너는 내 아빠의 졸개일 뿐이야!' 하며 맥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아니나 다를까 맥이 금방 반응을 보인다. 폭력적으로 일어서는 트리쉬를 강제로 끌어 앉히고 경고한다. 아이삭의 딸만 아니었으면 한방 날렸을 법하다.

트리쉬와 달리 아들 콜린 쪽은 아이삭의 사업을 물려받기 원한다. 그러다 보니 조직의 2인자 맥과도 불편한 사이다. 콜린은 아버지를 찾아 충격적인 사실을 알린다. 포는 죽기 전날 콜린에게 전화를 걸어 실크의 클럽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 양 조직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다고 콜린을 꼬셨다. 둘이 약속했다는 게 중국인들 귀에 들어가면 콜린의 생명이 위험하다. 아이삭은 머리가 지끈 아파온다. 그는 빈센트와의 비즈니스를 통해 합법적 사업가로 거듭나려 한다. 아이삭 또한 이 불법적 사업을 콜린에게 물려줄 수 없다, 새 출발이 필요하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이 점이 한의 아버지 추 싱과의 차이점이다.

콜린이 사무실을 떠나자 맥이 신문 기사를 들고 와 아이삭에게 건넨다. 이발소 폭발 사고가 보도되었다. 아이삭은 죽은 이발사 켈빈과 막역한 사이였다. 캘빈은 땅 팔기를 완강히 거부했던 사람 중 하나다. 애석한 일이지만, 비즈니스적으로 볼 때 큰 장애물 하나가 사라진 측면이 있다. 하지만 모든 일에 우연은 없다. 캘빈의 가게에 폭탄을 설치한 장본인은 맥이다. 보스의 생각과 달리 합법적 비즈니스에 일도 관심이 없다.

 

6) 뜻밖의 재회

한은 동생 포의 맨션을 찾는다. 벽에 걸린 사진 속에 어릴 적 한과 포의 모습이 담겨 있다. 과거 한은 홍콩 경찰이었다. 동생의 미래를 위해 아버지 추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수감생활을 하고 있었다. 동생이 죽었으니 모든 게 의미 없는 일이 되었다. 한은 동생을 추억하며 복수의 의지를 다진다. 단서를 찾기 위해 방을 뒤지다 한은 전화번호 하나를 얻는다. 놀랍게도 택시에서 만난 여자, 트리쉬의 부띠끄 샵 번호였다. 한은 몰래 트리쉬의 뒤를 밟다 그녀의 아파트에 따라 들어간다. 트리쉬가 깜짝 놀라는데 한은 거리를 유지하고 정중히 그녀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용건을 담담히 밝힌 한은 동생 죽음의 실마리를 밝힐 수 있는 유일한 단서라며 도움을 청한다. 트리쉬는 오빠가 자기 가게에서 종종 지인들과 전화를 했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모리스와 그 부하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트리쉬는 한이 여기 있다 그들에게 들키면 봉변을 당할까 봐 대화를 끝낸다. 한은 중식당 배달부인 척 방을 나간다. 음식을 시켰다는데 방에 냄새 하나 없다. 모리스는 급히 한을 쫓아간다. 한은 아파트 외벽 계단, 좁은 공간에서 모리스와 그 부하들에 포위된다. 성룡처럼 계단 난간을 넘나들며 앞뒤로 막아선 덩치들을 하나씩 해치운다. 대형 케이블 타이는 이소룡의 쌍절곤처럼 치명적이다. 전광석화와 같은 동작에 모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모리스는 심지어 총까지 빼앗긴다. 창 밖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던 트리쉬는 한의 현란한 퍼포먼스에 감탄 또 감탄한다. 한은 트리쉬를 향해 여유롭게 손을 흔들고는 모리스의 차를 뺏어 타고 달아난다.

 

7) 장례식

중국 조직이 관리하는 지역에서도 살인, 방화 등의 폭력사건이 연이어 벌어진다. 중국인들은 추에게 몰려가 흑인 갱단에 힘으로 맞서야 한다 소리를 높인다. 추는 아직 때가 아니라고 인내를 요구한다. 다른 이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아들을 잃은 추가 가장 큰 피해자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추의 장례식이 열린다. 중국계 사장들이 참석해 애도를 표한다. 장례식이 끝날 때쯤, 뜻밖의 조문객 한이 등장한다. 한은 포의 죽음에 관해 아버지를 추궁한다. '경찰 시절 버릇을 못 버렸구나.' 추는 혀를 찬다. 하나 남은 아들(한을 뜻한다)마저 잃을 수 없다고 카이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 가만있으라 말한다. 한은 가만있을 사람이 아니다. 카이와도 만남을 갖는다. 어린 시절 함께 자란 둘은 무술에 있어서 자기가 최고라는 자부심이 있다. 카이는 짧은 인사 후에 한을 시험한다. 몇 번의 주먹이 왔다 갔다 한 후 카이는 감옥에 있는 동안 너무 말랑해졌다고 한을 얕본다. 살짝 밀린 듯 보였던 한은 어느샌가 낚아챈 카이의 선글라스를 흔든다.

 

"감옥에선 그 누구도 말랑해질 수 없어." 카이는 추가 죽던 날 흑인 지역에서 사고를 쳤다며, 슬프지만 언제든 벌어질 일이었다고 한숨짓는다. 중국 조직 vs 흑인 조직 간의 전쟁이 그를 죽였다는 설명이다.

 

8) 아메리칸 풋볼

휴일을 맞아 동네 아이들과 공원에 놀러 온 트리쉬.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있는데 한이 자연스레 옆에 선다. 지난번 대화를 마무리 짓기 위해 찾아왔다. 동생 포가 왜 콜린을 찾았는지 알아야 한다. 트리쉬는 자기가 오빠에게 물어봐 주겠다며 흔쾌히 협조한다. 한과 트리쉬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이 둘의 화기애애한 모습에 기분 상한 이가 있으니, 다름 아닌 맥이다. 모리스 등 부하들과 공원에서 풋볼을 즐기던 맥이 신사처럼 두 사람에게 다가간다. 그는 룰도 모르는 한을 풋볼 게임 한판 하자고 제안한다. 한 역시 트리쉬가 옆에 있어 질수없다 하는 마음이다.

맥은 공을 잡자마자 바로 한에게 던진다. 한이 공을 받으면 모리스 등이 육중한 몸으로 태클을 건다. 두 번씩이나 심각한 태클을 당한 한은 풋볼의 룰을 어렴풋하게 공 잡은 사람을 마구 때리는 게임이라 이해한다. 세 번 당할 순 없다. 한은 맥이 던진 공을 다른 이에게 던지고, 상대가 공을 받으면 대차게 발로 까버린다. 던지고 때리고 던지고 킥을 반복, 터치다운에 성공한다. 한의 이 퍼포먼스는 맥과 트리쉬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9) 또 한 번의 비극

그날 밤, 콜린(D.B. 우드사이드 / D.B.Woodside)이 고층빌딩에서 추락사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연인과 함께 있다가 누군가에 의해 창 밖으로 던져졌다. 두 사람이 추락하는 장면은 <로미오 머스트 다이>에서 가장 잘 찍은 샷이다. 분명 합성인데 진짜처럼 실감 난다.

아이삭 오데이(딜로이 린도 / Delroy Lindo)는 현장에 나와 직접 아들의 시신을 확인한다. 소식을 받고 달려온 트리쉬는 아버지 탓이라며 분노를 터트린다. 아이삭은 할 말이 없다. 맥은 보스 아이삭을 위로하며 반드시 콜린의 복수를 하겠다고 약속한다.

 

10) 책임을 물어라!

한이 잠깐 집을 비웠다 들어왔더니 아파트가 엉망이다. 누군가 방을 뒤졌다. 한은 깨진 물건들을 살피다 책상에서 자동차 열쇠를 찾는다.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키 버튼을 누르니 불이 들어오는 차가 보인다. 포의 것이다. 한은 그 안에서 주소가 빼곡히 적힌 메모를 발견한다. 

 

11) 손을 잡다!

트리샤는 오빠의 아파트에서 회한에 젖는다. 이때 한이 찾아온다.(영화에는 생략되어 있으나 트리쉬가 한을 부른 것으로 추정된다.) 트리쉬는 한에게 어린 시절 오빠와의 추억을 이야기하다 눈물을 쏟는다. 누가 오빠를 죽였는지 알아야겠다. 둘은 한 팀으로 의문의 죽음을 추적하자고 의기투합한다.

먼저 포의 메모 속 주소를 살피기로 한다. 모두 워터 프론트 지역이다. 한과 트리쉬는 중국인 조직의 아지트로 추정되는 곳에 도착하는데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 문을 열어보니 대학살의 현장이다. 중국인 갱들의 시체가 즐비하다. 누군가 피우다 만 담배에 아직 불씨가 남았다. 사건이 벌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때마침 창 밖으로 지나가는 오토바이 두 대가 보인다. 그들이 범인이다.

오토바이 킬러들은 한과 트리쉬를 발견하고 그들을 쫓기 시작한다. 이 추격전은 바이크와 자동차 간의 체이싱으로 발전한다. 한과 트리쉬의 차는 벤츠 세단이다. 킬러들이 난사하는 기관총을 제법 잘 견딘다. 격렬한 추격전이 교통량이 제법 많은 도로까지 이어진다. 킬러 하나가 운전석 바로 옆까지 따라붙어 기관총을 겨눈다. 한은 예상치 못한 포인트에서 브레이크를 밟아 기관총을 한 손으로 낚아챈다. 당황한 킬러는 마주 오던 트럭을 피하지 못하고 정면 충돌한다.

이제 추적자는 한 명뿐.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붙으면 자동차가 이긴다. 도망치던 한이 핸들을 돌려 바이크와 마주 본다. 위험을 감지한 킬러가 반대방향으로 도주하기 시작한다. 한이 가속을 붙여 오토바이를 들이받고, 튕겨나간 암살자는 다행히 별 부상 없이 일어난다. 이제 한과 킬러 간의 일 대 일 맨손 대결이 펼쳐진다. 싸움의 와중에 헬멧이 벗겨지고, 그의 정체는 놀랍게도 중국 여성 - 성룡의 <홍번구>, 이연걸과는 <흑협>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엽방화(葉芳華 / Françoise Yip)가 게스트 출연 -이었다. 한은 성격상 여자를 때리지 못한다. 대신 트리샤를 무기처럼 휘두르며 대응한다. 한과 트리쉬의 호흡이 절묘하게 맞아 들어가고, 트리샤의 발차기에 여자 킬러가 쓰러진다. 불행히도 뾰족한 나무 꼬챙이에 찔려 사망한다. 오클랜드 시내에서 이 난리를 쳤는데도 경찰은 코빼기도 안 보인다.

 

12) 악당본색

한은 아버지를 찾아가 참혹한 학살에 대해 추궁한다. 이 끔찍한 범죄 뒤에 아버지가 있을 거라는 의심!! 아버지 추는 대답 대신 트리쉬와 만나지 말라고 경고한다. 모든 게 아이삭의 이간계라는 주장이다. 한의 예상대로 추는 부동산 매매에 반대하는 중국인들을 제거하고 있었다. 칼잡이 역할은 카이가 담당한다. 맥 또한 보스 아이삭 모르게 흑인 구역의 땅을 폭력적인 수단을 동원해 매입하고 있었다. 추와 맥은 적대적 공생관계다. 

 

13) 죽음의 세레나데

아버지 아이삭은 트리쉬를 지키려고 본인 집에 머물게 한다. 아이삭 또한 한을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한다. 경호는 모리스와 그 패거리가 맡는다. 나름 철통 경호를 펼치고 있지만, 한은 너무도 손쉽게 2층의 유리창을 통해 트리쉬 방으로 들어온다. 이 장면은 <로미오와 쥴리엣>의 그 유명한, 로미오가 창문을 사이에 두고 쥴리엣에게 구애하는 대목의 패러디다.

한과 트리쉬는 몰래 안가를 빠져나가, 메모에 적힌 또 하나의 장소로 향한다. 그곳은 실크의 클럽이었다. 트리쉬는 한에게 힙합스러운 걸음걸이를 알려준다. 플로어로 나간 두 사람은 R&B 트랙에 맞춰 몸을 흔드는데, 트리샤는 흘러나오는 노래에 립싱크를 하며 한을 유혹한다. 가수 알리야의 매력을 뽐내는, 일종의 팬서비스 장면이다.

영화의 첫 시퀀스처럼 흑인 여자와 동양 남자의 댄스 플러팅이 사람들의 주목을 끈다. 결국 클럽의 사장 실크가 트리쉬와 한을 2층 사무실로 부른다. 여기서 실크는 의외의 이야기를 한다. "너희 아버지가 여길 팔라 하지만, 난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어!" 이때 맥이 부하들을 끌고 나타나 실크를 총으로 쏴 죽인다. 추가 남긴 비밀 메모장 속 주소가 반드시 매입해야 할 재개발 예정지였음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맥은 트리쉬를 어디론가 데려가고, 한은 린치를 당해 정신을 잃는다. 깨어나 보니 부둣가 근처의 외딴 창고에 와 있다. 몇 번이나 한에게 당했던 모리스가 복수의 방법을 궁리 중이었다. 한은 정신을 잃은 척하고 있다가 방심한 틈을 타 행동을 시작한다. 처음부터 한의 팔다리를 꽁꽁 묶어 놓았어야 했다. 한이 날뛰자 부하들이 몰려든다. 한은 몸을 띄운 상태에서 360도 이동하며 대여섯 번의 발차기로 포위에서 벗어난다. 이연걸의 이 동작은 황비홍의 주특기 '무영각'이다. 보기에 멋있는 동작이지만 현대 배경의 액션스릴러에서 <황비홍> 스타일의 과장된 와이어 액션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제 모리스 일당은 권총을 꺼내 모리스를 추적한다. 이때 한의 눈에 들어온 것이 소방호스다. 한은 강한 수압의 물줄기를 대포처럼 쏘며 권총에 맞선다. 한은 총을 든 손목을 집중적으로 노린다. 악당 중 하나가 도끼로 소방호스를 자르지만, 무술 고수 한에겐 오히려 럭키비키적 상황이다. 한은 소방호스를 중국 전통 무기처럼 휘두르며 상대를 차례대로 무력화시킨다. 이때 이연걸의 동작을 슬로모션으로 보여주는데 아름다워 탄성이 절로 나온다.

코믹을 담당했던 모리스가 그래도 한칼 있는 캐릭터였다. 한방 맞을 각오를 하고 한을 향해 달려든 모리스는 큰 덩치를 이용해 조르기 공격을 시도한 뒤 번쩍 들어 창밖으로 던진다. 한은 추락 직전 모리스의 넥타이를 생명줄처럼 붙잡는다. 그 바람에 모리스는 목이 졸려 고통을 호소한다. 한은 모리스를 통해 트리쉬의 소재를 파악한다. 원하는 답을 얻은 한은 있는 힘껏 넥타이를 잡아당겨 모리스와 함께 건물 외벽에서 점프한다. 한은 모리스를 쿠션 삼아 큰 충격 없이 착지에 성공한다.

 

14) 상견례

오늘은 빅 딜의 날이다. 추는 땅 매매 계약서를 넘기고 35백만 불의 수수료를 챙긴다. 이 돈을 벌려고 아들 포와 동포들을 제물로 삼았다. 추와 카이가 희희낙락하며 건물을 나설 때, 아이삭과 마주친다. 추는 기다렸다는 듯 아들 콜린의 죽음을 애도한다. 이것은 조롱이다. 아이삭은 꼭 후회하게 만들겠다 응수한 뒤 엘리베이터를 탄다.

아이삭은 빈센트가 건네는 35백만 불을 거절한다. 대신 부지 계약서를 지분으로 바꿔 구단 이사진으로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역제안을 한다. 빈센트는 예상 밖의 일에 당황한다. 깡패 주제에 경영에 참여하겠다? 이러면 골치가 아프다. 놀라긴 맥도 마찬가지다. 큰돈을 벌기 위해 손에 피 묻혀 가며 일했는데 이사가 되겠다니? 맥은 '인질' 트리쉬를 끌고 와 아이삭의 포기를 종용한다. 맥은 결심을 굳혔다. 아이삭을 제끼고 본인이 일인자가 되겠다!! 이왕에 이렇게 된 거 콜린을 죽인 범인도 자신이라고 밝힌다. 열받은 아이삭이 초인적 힘을 발휘해 맥의 멱살을 붙잡고, 예상보다 강한 손아귀 힘에 놀라 맥이 총을 꺼내 아이삭의 복부를 쏜다. 한 번의 총질은 M16을 빈센트의 경호원들과의 총격전으로 발전된다.

화력의 차이는 어쩔 수 없다. 맥이 항복을 선언하고, 빈센트는 매매 계약서를 챙겨 옥상으로 도망친다. 거기에 헬기를 미리 준비시켜 놓았다. 이륙하려는 순간 맥이 쫓아와 권총을 쏜다. 이 바람에 계약서가 든 가방을 떨어트리고 만다. 이제 맥이 모든 땅 계약서를 손에 쥔다. 기쁨도 잠깐. 어느샌가 나타난 한이 가방을 빼앗는다. 그리고선 동생을 죽였냐고 묻는다. "책임은 너희 집에 가서 묻지 그래?" 역시나 아버지와 카이가 범인이다.

한이 충격 때문에 잠깐 멈칫할 때 맥이 숨겨 둔 총을 꺼내 한을 겨눈다. 방아쇠를 당기지도 않았는데 총성이 먼저 울린다. 뒤늦게 옥상으로 따라 올라온 트리쉬가 맥을 쐈다. 트리쉬는 오빠의 원수를 죽여 복수를 완수했다. 중상을 입은 아이삭은 딸 트리쉬에게 진심 어린 용서를 구한다. 한의 손을 붙들고 딸을 부탁하기도 한다. 곧 있으면 경찰이 올라온다. 한은 트리쉬에게 아빠 곁에 있으라 말한 뒤 먼저 자리를 뜬다. 이제 한이 복수할 차례다.

 

15) 결전의 날

모든 것을 알게 된 한은 아버지의 저택으로 향한다. 카이가 그 앞을 지키고 서 있다. 남은 것은 정면충돌이다. 카이는 분노가 가득 담긴 한의 공격을 가까스로 방어한다. 이대로라면 질 것 같다. 그래서 카이는 마당을 밝히고 있던 횃불(이게 왜 여기 있는지 알 수 없지만)로 한의 손을 공격한다. 손에 화상을 입자 카이는 그 부위만 집요하게 공격한다. 괴성을 지르면서 화상 입은 한의 손을 꽉 붙잡아 피부를 뜯어 고통을 준다.

된통 당한 한은 결투 자세를 다시 잡는다. 옷을 찢어 화상 당한 손에 칭칭 감는다. 카이는 각성한 한을 막지 못한다. 일방적인 구타가 이어지고, 카이가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 날아 차기를 시도하는데, 한은 이를 가볍게 피한 다음 공중에서 카이의 머리를 조준해 일격을 가한다. 이 한방에 카이의 척추뼈가 모조리 파괴(CG 효과를 통해 상세히 묘사)된다.

카이를 죽인 한은 저택으로 들어가 아버지와 마주 본다. 아버지는 포를 죽일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한다. 한의 표정은 이미 싸늘하게 식었다. "이번엔 아버지 대신 감옥에 갈 사람이 없을 겁니다." 아버지 추는 결국 자살을 선택한다. 한은 총성을 듣고도 돌아보지도 않는다. 저택 주변에 경찰차가 몰려들기 시작한다. 한은 달려온 트리쉬와 포옹한 후 손을 맞잡고 현장을 빠져나간다. 주인공 남녀를 막아 세우는 경찰은 아무도 없다.

 

2. 영화 정보 

북미 기준 2000년 3월 24일에 개봉한 <로미오 머스트 다이>는 이연걸(李連杰 / Jet Li)의 할리우드 첫 번째 주연작이자 R&B 신성 알리야(Aaliyah)의 영화 데뷔작이었다. 알리야는 2001년 8월 25일 경비행기에 탑승했다 사고로 사망했다. 이 영화는 알리야가 생전에 찍은 두 편의 작품 중 하나다.

제작은 액션의 명가 실버 픽쳐스(Silver Pictures)가 맡았고, 배급은 워너 브라더스(Warner Bros.)가 담당했다. 제작비 25백만 불로 매출액 91백만 불을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흥행성적이다. 팀발랜드(Timbaland)가 프로듀싱한 OST는 더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 빌보드 200 차트 3위로 데뷔한 후 2000년에 130만 장, 2001년에 150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감독은 폴란드 출신의 촬영감독 안제이 바르코비악(Andrzej Bartkowiak)이 맡았다. 실버 픽처스의 조엘 실버는 안제이 바르코비악, 배우 이연걸, DMX, 앤서니 앤더슨(Anthony Anderson) 조합을 그대로 가동해 <크래이들 2 그레이브(Cradle 2 Grave)>를 만들었다. 알리야도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비극적인 사고로 성사되지 못했다. 이 영화는 <로미오 머스트 다이>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었고, 이연걸과 제작자 조엘 실버와의 파트너십도 끝이 난다.

<로미오 머스트 다이>에서 이연걸과 알리야는 손 잡는 것 외에 애정 표현이 없다. 영화의 마지막에 두 사람 간의 키스 장면을 찍긴 했었다. 하지만 테스트 시사 때 반응이 너무 안 좋아서 삭제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연걸 본인 피셜에 따르면 시사 결과가 아닌 자체 판단이었다고 주장한다.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다음 여주인공과 키스한다는 게 논리에 어긋난다는 게 그 이유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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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 머스트 다이(Romeo Must Die) 2000년 - 1부 홍콩에서 온 로미오(리뷰편)

이연걸(李連杰 / Jet Li)은 의 메인 빌런으로 할리우드 커리어를 시작했다. 당시 이 영화를 보며 '악당' 이연걸이 주인공 멜 깁슨과 대니 글로버의 손에 의해 응징당하는 모습에서 통쾌함은커녕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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