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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봐서 나쁠 건 없는 영화(★★)

황비홍4 - 왕자지풍(黃飛鴻之四王者之風 / Once Upon a Time in China IV) 1993년 : 1부 쇼 머스트 고 온!!(리뷰편)

by homeostasis 2024.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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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비홍4 - 왕자지풍>은 골든 하베스트와 서극(徐克 / Tsui Hark), 오사원(吳思遠 / Ng See Yuen)이 만든 '황비홍(Once Upon a Time in China)' 시리즈의 4번째 작품이다. 이 영화는 치명적인 약점을 감수하고 출발했다. 시리즈의 정체성과 같았던 이연걸이 하차하고, 신인 조문탁이 그 자리를 메웠다. 골든 하베스트는 계약 상의 문제로 이연걸을 놓아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프리가 된 이연걸이 영성오락의 향화강 사장, 왕정 감독과 손잡고 <황비홍 철계투오공>을 급히 제작해서 공개한다. 1993년 4월 1일 개봉한 <철계투오공>은 흥행에도 성공하는데, 사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왕정식 코미디에 황비홍을 어설프게 갖다 붙인 졸작이었다. '황비홍' 시리즈를 처음 기획, 각본, 연출을 도맡아 온 서극이 이 영화를 보고 얼마나 참담한 심정이었을 지 짐작할 수 있다. 그로부터 2달 뒤 6월 10일에 이연걸이 빠진 공식 시리즈 <왕자지풍>이 개봉한다. 마치 로저 무어 주연의 오피셜 007 영화 <옥토퍼시>와 숀 코너리 주연의 짝퉁 007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이 맞붙은 것과 흡사한 상황이 재현됐다.

 

1. 난제들

조문탁은 대타로 나와 기대이상의 퍼포먼스를 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면서 이연걸이 자꾸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연걸은 연기력이 아주 빼어난 배우다. 액션 스타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 저평가된 측면이 강하다. 신인 배우가 하루 아침에 노련한 이연걸의 빈 자리를 채울 수는 없다. 조문탁은 황비홍을 연기한 이연걸의 연기를 흉내 내기에도 벅차 보인다.

이연걸의 하차는 특히 드라마적인 측면에서 균열을 만든다. 1편에서 3편까지 시리즈가 이어질수록 이연걸과 '십삼이' 관지림, '황기영' 유순, '양관' 막총 등 레귤러 출연진들 간의 티키타카가 점점 잘 맞아 들어가고 있었다. 4편 <왕자지풍>은 이연걸, 관지림이 동반 하차하며 드라마 쪽에서 심각한 불균형을 노출한다.

서극 감독은 <청사> 촬영 때문에 4편을 직접 연출할 수 없었다. 그래서 3편 <사왕쟁패>의 액션을 총괄했던 원빈에게 메가폰을 넘기고, 본인은 각본과 제작에만 참여했다. <왕자지풍>이 감독 입봉작인 원빈은 베테랑 장동조 감독과 액션감독 동위의 도움을 받아 영화를 완성했다. 사실상 3인의 공동 연출이라 해도 무방하다. 조문탁이 이연걸의 연기를 흉내 내듯, 원빈 감독도 서극의 연출을 흉내 내고 있는 듯 보인다. 청조말의 혼돈과 광기를 표현하기 위해 서극 감독은 로우 앵글, 부감 쇼트, 기울어진 화면 구도를 적극 사용했는데, <왕자지풍>은 이런 화면들로만 일관하고 있어 눈이 피곤할 지경이다.

 

2. 진짜의 향기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왕자지풍>은 <철계투오공>과 비교하면 백배 좋은 영화라 할 수 있다. 서극의 시나리오는 독일을 비롯한 서구 열강, 무능력한 청나라 조정 관리, 맹목적인 반감으로 서양인들에게 테러를 일삼았던 홍등조 등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드라마에 적극 반영해 단순한 액션영화 이상의 정서적 감흥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한다. 액션영화로서의 본령도 잊지 않는다. 마지막 30분은 홍등조와의 대결 - 사자춤 대회 - 반청복명 고수와의 싸움으로 이어지는 액션 마라톤이다. 액션의 분량이 너무 길면 지루할 수도 있는데, 아무튼간 끝까지 보게 하는 에너지가 존재한다.

<왕자지풍>은 과거 출시된 비디오 테이프, 혹은 해외에서 DVD를 직구하지 않는 이상 한국에서 보기 힘든 영화가 됐다. 반면 왕정 감독의 날림 <철계투오공>은 이연걸의 명성 때문에 한국의 OTT, VOD 플랫폼에서 손쉽게 구해 볼 수 있다. 이건 정말이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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