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봐서 나쁠 건 없는 영화(★★)

분노의 질주 : 라이드 오어 다이(Fast X) 2023년 - 분노의 질주라고 쓰고 상속자들이라 읽는다

by homeostasis 2023. 6. 3.
반응형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신작이 나올 때마다 한국 개봉명이 무얼까 기대가 된다. 아홉 번째 영화 <F9>는 <분노의 질주 : 더 얼티메이트>였는데 이번 <Fast X>는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대사를 가져와 <분노의 질주 : 라이드 오어 다이>로 개봉한다. 프랜차이즈의 대미를 장식할 12편의 제목은 또 무어라 붙일지, <분노의 질주 : 라이드 오어 다이 part1>이라 붙였으면 고민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라이드 오어 다이>는 촬영 중간에 감독이 저스틴 린(Justin Lin)에서 <트랜스포터>, <인크레더블 헐크>의 루이 르테리에(Louis Leterrier)로 바뀌는 혼란을 겪었다. 우려가 컸는데 괜찮게 뽑혔다. 지난 9편이 워낙 얄팍해서 <라이드 오어 다이>는 전편과 비교하면 수작처럼 느껴진다.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포스터
ㅕㅆ

1. 액션!!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는 화끈한 액션이지 황당한 액션이 아니다. 그런데 전편에선 우주에 가지를 않나, 비행기에서 추락하는 자동차를 자석으로 끌어올리는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 다행히도 <라이드 오어 다이>는 시리즈의 초심으로 돌아가 다양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시원시원한 카체이스 액션이 중심이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프랜차이즈가 선보인 여러 유형의 액션 시퀀스를 오마쥬 하듯 재현한다. 이건 다니엘 크레이그 때 007 영화가 보여줬던 액션 콘셉트와 흡사하다. 아니나 다를까 <스카이폴>, <스펙터>, <노 타임 투 다이>의 액션 연출을 책임졌던 알렉산더 휘트(Alexander Witt)가 5편 <분노의 질주 : 언리미티드> 이후 오랜만에 복귀해서 액션을 진두지휘했다.

본인이 작업했던 5편의 라스트 장면으로 포문을 열고, 그동안 클라이맥스들의 하이라이트를 모아 놓은 장면들이 이어진다. 로마 시가지 추격전, <분노의 질주 2>의 카메라 무빙을 그대로 복사해 온 브라질 쿼터마일 레이스 시퀀스, 샤를리즈 테론(Charlize Theron)과 미셀 로드리게즈(Michelle Rodriguez)의 육탄액션, <트랜스포터>를 인용한 듯한 제이슨 스태덤(Jason Statham)의 액션을 거쳐 포르투갈 고속도로에서 펼쳐지는 추격전으로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알렉산더 휘트는 원더풀 한 풍광과 카체이스를 결합시키는 데 특별한 장기가 있다.

 

2. 분노의 질주 : 상속자들

<라이드 오어 다이>는 병적일 정도로 가족애(家族愛)를 강조한다. 하지만 그 양상이 할리우드 영화의 전통적 테마와 결이 다르다. 해체 직전의 가족이 고난을 통해 다시 결속하는, 혹은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스토리가 아니라 권력세습, 장자승계에 집착하는 시대착오적 봉건드라마 같다. 그냥 웃자고 하는 이야기니까 잘 한번 들어보시라.

악당 단테(제이슨 모모아 / Jason Momoa)는 5편의 악당 레예스의 아들로 아버지의 모든 것을 상속받기 직전 도미닉으로 인해 왕위 계승은커녕, 왕조 자체가 붕괴되는 아픔을 겪는다. 그 복수를 위해 도미닉의 아들 리틀 B를 죽여 토레토 왕조의 대를 끊으려 한다. 

리틀 B의 첫 등장은 10살 정도 됐을까 싶은 아이가 아버지 도미닉을 옆자리에 태우고 드리프트 훈련을 받는 장면이다. 히어로가 어린이에게 위험한 일을 시키는 경우가 또 있을까? 심지어 리틀 B는 잘 해내지 못했다고 엄마에게 속상한 마음을 토로한다. 가족이 테마라면 이런 장면이 나올 수가 없다. 리틀 B는 도미닉이 그랬듯, 가문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레이싱 재능의 상속자다. 이 재능은 오로지 장자에게만 상속된다. 도미닉의 동생 제이콥(존 시나 / John Cena)은 장자승계원칙의 가장 큰 피해자이면서 리틀 B를 위해 가장 큰 희생을 치른다.

상속의 그림자는 차고 넘친다. 미스터 노바디의 딸 테스(브리 라슨 / Brie Larson)는 대를 이어 도미닉을 돕고, 미스터 노바디의 후임자는 '리틀 노바디'로 불리며 이를 연기한 배우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아들 스콧 이스트우드다. WWE의 슈퍼스타 드웨인 '락' 존슨의 홉스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을 때 하필 존 시나가 그 빈자리를 채우고, 퀴니(헬렌 미렌 / Helen Mirren)와 쇼(제이슨 스태덤)는 모자 관계다. 제목을 <분노의 질주 : 상속자들>이라 하면 어떨까? 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다.

 

3. 이미 차고 넘친다

<라이드 오어 다이>에는 죽은 폴 워커(Paul Walker)부터 빈 디젤과의 불화설로 유명한 드웨인 존슨(Dwayne Johnson)의 얼굴까지, 시리즈를 거쳐간 주요 캐릭터를 다 소환한다. 미스터 노바디(커트 러셀 / Kurt Russel)처럼 간혹 빠진 캐릭터가 있긴 한데 11편을 위한 안배가 아닐까 싶다.

미셀 로드리게즈, 타이리스 깁슨(Tyrese Gibson), 루다크리스(Ludacris), 성강(Sung Kang), 나탈리 임마누엘(Nathalie Emmanuel), 조다나 브루스터(Jordana Brewster) 같은 돔팸 고정멤버들은 연기에서 매너리즘이 많이 느껴진다. 반면 헬렌 미렌과 샤를리즈 테론은 등장할 때마다 해당 장면을 씹어 먹는다. 제이슨 모모아의 악역연기는 부정적인 의견도 많지만 나름 준수했다.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아마존 프라임 오리지널 <리처>에서 잭 리처를 연기한 앨런 리치슨(Alan Ritchison)이다! 원작의 팬들로부터 만장일치의 지지를 받은 앨런 리치슨이 이렇게나 빨리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입성한 걸 보면 할리우드 액션 스타 계보 속 한 자리는 이미 예약된 거나 마찬가지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