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더와 스컬리의 관계성이 UFO 미스터리보다 훨씬 흥미진진하다. 둘의 첫 만남 장면부터 케미가 보인다. 이것의 상당 지분은 스컬리를 연기한 배우 질리언 앤더슨이 갖고 있다. 고뇌에 찬 멀더는 지금에 와서 보니 매력이 덜 하다. 진실을 밝히겠다는 열정은 인정하나 앞뒤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소년 같다. 이에 비해 스컬리는 훨씬 다층적이다. 여성 정장에 무표정한 얼굴을 갑옷처럼 두르고, 이성에 입각해 사건을 바라본다. 그러면서도 멀더의 초과학적인 주장에 호기심을 감추지 않는다. 질리언 앤더슨은 얼음처럼 차갑지만 가슴에 불덩이가 있는 인물로 스컬리를 표현했다.
1. ‘스푸키 멀더’
스컬리가 처음 멀더의 사무실을 방문하는 시퀀스는 <엑스 파일>의 세계관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멀더(데이비드 듀코브니 / David Duchovny)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건물 구석진 곳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벽에 붙어있는 UFO 포스터와 그 유명한 ‘나는 믿고 싶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멀더는 스컬리에게 켈리 스웬슨의 시체 사진을 보여 준다. 멀더가 주목한 것은 역시나 둔부 근처에서 발견된 두 개의 자국. 희한하게도 동일한 흔적이 사우스타코타 주와 텍사스 주의 시체에서도 확인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멀더는 스컬리에게 외계인을 믿냐는 질문을 던진다. 스컬리는 과학자로서 믿지 않는다고 답한다. 믿길 원하는 자와 모든 현상은 과학적으로 설명되어야 한다는 자가 충돌한다. ‘I want to believe’와 ‘The Answer is There’의 대결이다.
2. 이상한 나라의 여와 남
멀더와 스컬리는 오레곤주로 출장을 떠난다. 비행기 안에서도 두 사람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스컬리는 반듯하게 앉아 랩탑으로 사건 파일을 확인하며 예습을 한다. 멀더는 빈자리에 다리를 쭉 뻗고 누웠다. 자료는 이미 머리에 다 넣어 두었다는 것이다. 잘난 척하는 것 같아 살짝 밥맛이다.
벨레플레까지는 렌터카를 빌려 이동한다. 가는 도중 갑자기 라디오 채널이 제멋대로 움직이고 자동차의 타이머가 멈추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한다. 멀더는 갑자기 차를 세우더니 도로에다 스프레이로 큼지막한 ‘X’ 자를 그린다. 스컬리가 무슨 일이냐 물어도 묵묵부답이다. 이 에피소드를 끝까지 보고 나면 이때 멀더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 지금은 설명해 봤자 정신이상자 취급만 받을 뿐이다.
3. 이상한 시체
87년도 졸업생 연쇄 의문사를 다시 파고들기로 결심한 멀더는 현지 경찰을 시켜 세 번째 희생자 레이 소암스의 무덤을 판다. 레이는 정신착란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 중에 앞선 두 명의 희생자를 본인이 죽였다고 자백했다. 그 후 켈리의 케이스처럼 한 밤 중 숲 속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사인은 저체온증이었는데, 한창 더운 7월에 도저히 믿기 힘든 일이다.
중장비로 관을 들어낼 때 지역 검시관 뉴만 박사(클리프 드 영 / Cliff De Young)가 나타나 소란이 벌어진다. 뉴만 박사는 레이를 부검한 검시의로 멀더에게 자신의 의학적 지식을 부정하는 것이냐 화를 낸다. 함께 온 딸 테레사(사라 코스코프 / Sarah Koskoff)가 아버지를 말리는데, 두 부녀의 행동과 표정에서 수상쩍은 낌새가 보인다. 주변의 만류로 뉴만 박사가 현장을 떠나고, 공교롭게 로프가 끊어지며 관뚜껑이 열리는데…놀랍게도 그 안에 든 유해는 사람의 것이라고 믿기 힘든 흉측한 모습이었다. 악취와 끔찍한 형체 때문에 현장 인부와 경찰이 기겁을 하고, 멀더는 급히 현장 봉쇄를 지시한다.
4. 로스웰
스컬리는 해부대 위로 시체를 올려놓고 직접 부검을 실시한다. 이 모습을 캠코더로 찍고 있는 멀더는 아주 신이 났다. 시체의 형상은 몸통에 비해 머리와 눈이 비정상적으로 크다. 타블로이드 잡지에서 '충격!! 외계인 해부 사진 전격 공개!!' 같은 제목의 기사를 한 번이라도 들춰본 적 있다면 익숙할 외계인 모습 그대로다. 멀더는 스컬리가 직접 '외계인!'이라 말하는 것을 보고 싶어 안달 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철벽' 스컬리는 끝끝내 미확인 영장류라는 단어를 생각해낸다.
5. 금속 물체
새벽 4시 37분. 좀 있으면 해가 뜰 시간인데도 스컬리는 잠들지 못하고 부검 보고서를 쓰고 있다. 정장을 벗으니 낮과 완전히 다른 이미지다. 그 갭 차이가 스컬리의 매력을 더 돋보이게 한다. 스컬리는 작은 병에 든 금속 물체를 심각하게 바라본다. 바로 이때 노크소리가 들린다. 멀더가 조깅 같이 하자고 물어보러 왔다. 새벽에 여자 혼자 있는 방을 두드리는 것은 무례한 태도다. 하지만 멀더가 그만큼 흥분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스컬리는 조깅 보다 잠이 먼저라며 문을 닫는다. 그러고 나서 카메라가 스컬리의 시선을 따라 엑스레이 사진 하나를 바라본다. 방금 전까지 뚫어져라 보고 있던 금속물체가 시체의 코 안에 있었음이 드러난다. 이 시체와 금속 물체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지역 검시의는 무엇을 숨기고 있나? 졸업생 연쇄 의문사의 진실은 무엇일까? 드라마가 반환점에 다다랐음에도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 3부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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