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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전(水滸傳 / The Water Magin) 1972년 - 4부 야만의 시대 에서 가장 신기한 장면은 증두시 사문공의 병사들이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양산박 호걸 앞에 모습을 드러낼 때 다. 병사들이 능선을 따라 늘어선 모습이 서부영화 속 인디언을 보는 듯하다. 말 타고 산비탈을 내려올 때 서부영화 풍의 음악도 나온다. 결투장면에선 일 대 일 총싸움의 클리셰가 노골적이다. 영화 속 인물은 지극히 중국적인 협의를 말하는데, 그 영상의 표현은 할리우드 서부영화의 문법이다. 음악은 이탈리아 스파게티 웨스턴, 핵심 결투장면은 일본 액션 배우가 연기한다. 영화 을 다시 봐야 한다면  규칙도 없이 이리저리 섞인 혼종의 기묘한 매력 때문이라 말하겠다. 1. 절대 미남 연청이 도적질을 하다관군에 끌려가는 노준의를 멀리서 지켜보는 연청. 손을 쓰기에 관군의 수가 너무 많다. 노준의를 구하려면 양산.. 2023. 6. 12.
수호전(水滸傳 / The Water Magin) 1972년 - 3부 노준의의 불행은 끝이 없다 1. 시대착오적 음악시대극, 대하서사물에서 요구하는 영화 음악이 따로 있다. 스토리와 잘 묻어가면서 필요할 때 웅장한 스케일을 강조할 수 있어야 한다. 오케스트라 연주는 필수요, 그 시대 분위기를 잘 살릴 수 있는 전통 악기가 양념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의 음악은 정반대다. 오프닝에 흐르는 테마는 스케일을 강조한 음악이지만 보통의 사극에서 들을 수 있는 사운드가 아니다. 말을 타고 달리는 장면에서 마카로니 웨스턴에서나 나올법한 스코어가 흐르고, 위기 상황일 때 전자 기타 연주가 흐른다. 인물들이 급박하게 움직일 때 리듬을 격하게 강조한 건반 연주, 주인공이 영웅적인 행동을 할 때 어김없이 이를 찬양하는 듯한 남녀 보컬의 허밍이 울려 퍼진다. 영화 속 시대와 따로 가는 음악도 음악이지만, 미.. 2023. 6. 8.
수호전(水滸傳 / The Water Magin) 1972년 - 2부 사문공과 노준의의 악연, 그리고 절대미남 연청 장철 감독은 수호전 트릴로지의 1편으로 원작의 방대한 분량 중 하필 ‘옥기린’ 노준의가 군사(軍師) 오용의 계략에 의해 양산박에 합류하는 에피소드를 선택했다. 왜 여기일까 고민하다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장철 감독은 그토록 애지중지했던 강대위(姜大衛 / David Chiang Da Wei)의 연청(燕靑)을 보고 싶었던 듯 하다. 처음부터 ‘강대위 = 낭자 연청’을 정해 놓고 기획을 시작한 게 분명하다.연청은 양산박 108호걸 중에 능력치가 가장 출중하다. 백옥처럼 흰 피부에 못 다루는 악기가 없어 모든 여성들의 워너비(wannabe) 셀럽이고, 천하제일의 씨름 실력까지 겸비했다. 영화 스토리 상 주인공은 노준의가 분명하지만, 장철의 관심은 온통 노준의의 심복 연청에게 쏠려있다. 1. 구전 문학한창 연회.. 2023. 6. 8.
수호전(水滸傳 / The Water Magin) 1972년 - 1부 TVB 무협 드라마의 조상 스튜디오는 항상 큰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한다. 지금부터 50여 년 전 홍콩의 쇼브라더스가 그랬다. 무협소설의 원류이자 동북아시아에 사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고전 를 스튜디오의 '에이스' 장철 감독에게 맡긴다. 장철 감독은 지금 소개하는 , , 로 이어지는 트릴로지로 완성한다. 쇼브라더스는 전속 계약으로 강대위(姜大衛 / David Chiang Da Wie), 적룡(狄龍 / Ti Lung)같은 아이돌 스타와  곡봉(谷峰 / Ku Feng) 같은 베테랑 배우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었다. 여기에 숙련된 스태프와 청수만에 위치한 대형 스튜디오가 있으니 무협 서사극 제작에 최적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쇼 브라더스는 이후에도 김용의 '영웅문' 연작 등 무협소설의 프랜차이즈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한다. 이런 경.. 2023. 6. 8.
엑스 파일(The X - File) 시즌 1 - 1화 Pilot : 2부 외계인 해부 멀더와 스컬리의 관계성이 UFO 미스터리보다 훨씬 흥미진진하다. 둘의 첫 만남 장면부터 케미가 보인다. 이것의 상당 지분은 스컬리를 연기한 배우 질리언 앤더슨이 갖고 있다. 고뇌에 찬 멀더는 지금에 와서 보니 매력이 덜 하다. 진실을 밝히겠다는 열정은 인정하나 앞뒤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소년 같다. 이에 비해 스컬리는 훨씬 다층적이다. 여성 정장에 무표정한 얼굴을 갑옷처럼 두르고, 이성에 입각해 사건을 바라본다. 그러면서도 멀더의 초과학적인 주장에 호기심을 감추지 않는다. 질리언 앤더슨은 얼음처럼 차갑지만 가슴에 불덩이가 있는 인물로 스컬리를 표현했다. 1. ‘스푸키 멀더’스컬리가 처음 멀더의 사무실을 방문하는 시퀀스는 의 세계관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멀더(데이비드 듀코브니 / David Duchovny.. 2023. 6. 7.
엑스 파일(The X - File) 시즌 1 - 1화 Pilot : 1부 거대한 불신의 놀이터 한 시대를 풍미했던 1화를 다시 본다. 그땐 몰랐는데 제작진의 수법이 생각 이상으로 얄팍하다. “이 드라마는 실제 기록을 바탕으로 만든 것입니다” 오프닝 자막부터 약장수 느낌이다. 음모론의 단골 레퍼토리, 외계인은 진짜 존재하고 정부는 이를 은폐한다는 스토리다. 그런데 접근방식이 좀 다르다. 처럼 코미디로 가는 게 아니라 정색을 하고 달려든다. 팔짱 끼고 관망하는 자세로 드라마를 보다 어느 순간 빠져든다. 제작진들은 정말로 이 쇼가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이라 생각했을까, 아니면 온갖 UFO 가설을 끌어모은 괴담집 정도로 생각한 걸까? 그 어느 쪽이든 이 끝내주게 재미있는 드라마라는 사실에 변함이 없다. 1. 기초 정보은 Fox채널을 통해 방영되었다. 첫 방송은 1993년 9월 10일. 크리에이터 겸 총괄.. 2023. 6. 6.
오우삼(吳宇森 / John Woo Yu-Sen) - 3부 젊은 날의 방황 대략 1970년에서 1972년까지 오우삼은 장철 감독 연출부에 속해 있었다. 이 시기 장철 감독은 동시에 3~4편을 연출하는 등 아주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다. 그러니 홍콩 뉴웨이브 감독들이 대학에서 영화 연출을 공부했다면, 오우삼의 학교는 쇼 브라더스 스튜디오, 장철 감독의 촬영 현장이었다. 오우삼이 조연출로 정식 크레디트를 받은 작품은 , (1972년), (1972년), (1972년), 그리고 (1973년), 이렇게 4편이다.1. 시네필 모임장철 감독과의 인연을 설명하려면 다시 씨네필 모임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오우삼은 대학에 다닐 형편이 안 되었다. 그는 문화 활동가들이 운영하는 비인가 기관에서 하는 영화 이론 수업을 들으며 지적 호기심을 채웠다. 이곳에서 홍콩 대학 연합체의 씨네필 모임과 인.. 2023. 6. 5.
영화의 맨살 - 하스미 시게히코(蓮寶重彦) 영화비평선 - 1부 영화에 영혼을 판 남자 하스미 시게히코는 일본의 신(神)급 영화평론가로 7~80년대 영화팬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한국에서도 많은 추종자들이 있지만 그의 평론이 정식 출판된 것은 이 책 이 처음이라고 한다. 읽다보면, 왜 이제서야 번역본이 나오게 됐는지 알 것 같다. 특유의 스타일 - 만연체의 호홉 긴 문장 때문에 잠깐 정신을 팔면 길을 잃기 쉽상이다. 하지만 해독의 재미 또한 쏠쏠하다. 이 어려운 번역을 뮤지션 윤상의 파트너로 유명한 박창학이 맡았다.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책, 꼭 한 번 봤으면 한다. 선동적이고 현학적이라 비판 받았던 글 속에서 '영화'와 '영화 보기'에 대한 새로운 시각, 깨달음을 얻게 된다.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영화관에 아무리 많은 관객이 몰려도 영화를 옹호하는 사람은 소수자'에 지.. 2023. 6. 5.
분노의 질주 : 라이드 오어 다이(Fast X) 2023년 - 분노의 질주라고 쓰고 상속자들이라 읽는다 시리즈는 신작이 나올 때마다 한국 개봉명이 무얼까 기대가 된다. 아홉 번째 영화 는 였는데 이번 는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대사를 가져와 로 개봉한다. 프랜차이즈의 대미를 장식할 12편의 제목은 또 무어라 붙일지, 이라 붙였으면 고민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는 촬영 중간에 감독이 저스틴 린(Justin Lin)에서 , 의 루이 르테리에(Louis Leterrier)로 바뀌는 혼란을 겪었다. 우려가 컸는데 괜찮게 뽑혔다. 지난 9편이 워낙 얄팍해서 는 전편과 비교하면 수작처럼 느껴진다.1. 액션!! 시리즈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는 화끈한 액션이지 황당한 액션이 아니다. 그런데 전편에선 우주에 가지를 않나, 비행기에서 추락하는 자동차를 자석으로 끌어올리는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 다행히도 는 시리즈의.. 2023.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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