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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정부는 건전재정 달성을 위해 전년 대비 2.8% 증액된 규모의 24년 예산안을 확정 지었다. 2.8% 인상률은 최근 20년간 가장 낮은 수치라고 한다. 세입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데 이는 현 정부의 감세 정책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기가 그만큼 안 좋다는 뜻이다. 예년처럼 저상장을 걱정하는 것이 사치라 생각될 만큼, 당장 마이너스 성장, 소위 장기침체를 걱정해야 할 때다. 기업, 자영업자, 샐러리맨 모두에게 힘든 시기가 예상된다. 구직자들 또한 말할 것도 없다. 있던 일자리도 날아갈 판에 신규 취업의 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이다. 먹거리가 줄면 인심도 사납게 변한다. 서로 적을 만들어 상대를 공격하기 쉽상이다. 옆의 사람이 같은 사람이 아니라 경쟁자로 느껴진다. 저치가 없으면 그 몫이 나에게 돌아올 텐데 .. 2023. 9. 24.
오랑팔괘곤(五郞八卦棍 / The 8 Diagram Pole Fighter) 1984년 - 2부 미치거나 혹은 스님이 되거나 의 인물들은 경극 무대와 비슷한 쇼 브라더스 세트장 위에서 분노의 감정을 여과없이 토해낸다. 모두가 하나 같이 원통해 하고, 증오로 으르렁 거리고, 원통해 하다 복수심으로 미쳐간다. 각각의 감정이 임계점에 닿으면 여지없이 액션이 등장한다. 긴 창(長槍)과 봉(棒)이 직사각형 스크린의 좌우를 번개처럼 가로 지를때, 드라마는 사라지고, 감정과 한몸이 된 액션만이 남는다. 돌아온 육랑 양씨 가문의 든든한 안방마님 사태군(이려려 / 李麗麗 / Lily Li Li-Li)은 홀로 돌아온 여섯째 아들 육랑(부성 / 傅聲 / Alexander Fu Sheng)을 품고 피눈물을 흘린다. 남편과 여섯명의 아들이 한꺼번에 죽었으니 그 심정이 오죽하겠나. 하지만 정신이 나간 쪽은 어머니 사태군이 아니라 살육의 현장에서 살아 .. 2023. 9. 17.
오랑팔괘곤(五郞八卦棍 / The 8 Diagram Pole Fighter) 1984년 - 1부 양가장의 비극 액션영화에도 기승전결이 있다. 스토리의 흐름에 맞춰 감정선을 조절했다가 클라이맥스에서 빵 터트린다. 그런데 이 영화 은 완급조절이란 게 없다. 처음부터 원수를 향한 적개심과 분노로 시뻘겋게 타올랐다 그 에너지 그대로 내달리기 시작한다. 영화 중반을 넘어서면 스토리텔링은 이미 관심 밖이고, 주인공 양오랑과 승려들이 악인을 벼 타작하듯 봉(棒)으로 두들겨 패는 광기의 액션이 클라이막스를 장식한다. 기초 정보 유가량(劉家良 / Lau Kar Leung)과 그가 이끄는 유가반은 의 성공 이후 70년대 말~80년대 초까지 쇼브라더스의 쿵후액션을 책임졌다. , , , , 등 발표하는 영화마다 쿵후와 스턴트가 가미된 놀라운 액션으로 업계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10년 넘게 쇼브라더스의 일대종사라 불렸던 에이스 액션감독.. 2023. 9. 17.
탈주자(Die Trying) - 1부 잭 리처의 두 번째 모험담 작가 리 차일드(Lee Child)의 잭 리처 시리즈, 그 두 번째 소설 는 1998년 7월에 발표됐다. 원제 'Die Trying'은 번역하면 '죽기 살기로 싸우다' 정도의 뜻이라 생각하면 될 듯하다. 에서 잭 리처는 잘못된 시간, 잘못된 장소에 있었다는 이유로 엄청난 음모에 휩쓸린다.  브루스 윌리스의 가 즉각적으로 연상된다. 결과론적으로 재수 없는 쪽은 주인공이 아니라 오히려 악당 쪽이라는 것도 흡사하다.  전작 에서 잭 리처는 친형의 원수를 죽인 후 홀연히 사라졌다. 그로부터 6개월 뒤의 시점에서 시작하는 는 미국 내 민병대 조직의 국가 전복 음모에 맞선 잭 리처의 모험담이다. 악당은 나치와 비슷한 인종주의자들로 미국이 흑인과 멕시코인의 나라가 되어 버렸다 비판하며 백인들만의 유토피아를 꿈꾼다. .. 2023. 9. 13.
영화의 맨살 - 하스미 시게히코(蓮寶重彦) 영화비평선 - 10부 80년대 출현한 작가들 2부 거장들, 작품들 - 변모하는 풍경 속에서 Part 8 2부의 후반은 80년대 말~90년대 초에 쓰인 글들로 채워져 있다. 하스미 시게히코는 20세기 후반에 출현한 재능(레오 카락스, 허우샤오시엔, 짐 자무쉬)을 응원하며, 중견이 되어버린 베르톨루치와 빔 벤더스의 탐험을 지지한다. 마지막 액션영화 베스트 50의 리스트는 그 면면이 한 번도 본 적 없거나, 액션영화라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라 액션영화팬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것이다. 14) 고다르와 트뤼포를 동시에 사랑하는 것의 귀중함을 레오 카락스의 는 가르쳐 준다(1988년) 하스미 선생은 고다르와 트뤼포를 동시에 사랑한다는 것이 어딘가 불편하다고 생각했는데 에서 이 두 감독의 영화를 동시에 느꼈나 보다. '찍는다는 행위를 단순한 공감의 표명이 .. 2023. 9. 8.
영화의 맨살 - 하스미 시게히코(蓮寶重彦) 영화비평선 - 9부 일본영화의 50년대 2부 거장들, 작품들 - 변모하는 풍경 속에서 Part 7 1950년대는 일본영화의 황금기였다. 자국 영화산업은 호황기를 누리고 있었고, 구로사와 아키라의 을 시작으로 칸, 베니스 같은 국제영화제에서 일본영화의 수상 소식이 연일 전해졌다. 영원한 것은 없다. 지금 일본영화의 위상은 이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추락했다. 그동안 일본영화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하스미 시게히코는 50년대 작품 를 통해 미조구치 겐지와 일본영화가 다다른 경지를 설명하는 한편, 황금시대 이후 일본영화가 잃어버린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12) 어두워져 가는 시간 속에서 - 미조구치 겐지 (1986년) #1 1950년대의 미조구치 겐지 오즈에게는 류 치슈, 미야케 구니코가 있었고, 구로사와 아키라는 미후로 도시네, 시무라 다.. 2023. 9. 7.
영화의 맨살 - 하스미 시게히코(蓮寶重彦) 영화비평선 - 8부 영화의 죽음 2부 거장들, 작품들 - 변모하는 풍경 속에서 Part 6 90년대 이후 세대에게 극장은 멀티플렉스이다. 반면, 이전 세대들은 하나의 대형 스크린이 있는 단일 상영관에서 영화를 봤다. 개봉관은 1~2천 석 규모였고, 재개봉관은 이보다 작았다. 영화 탄생 이후 극장은 꾸준히 스크린 크기에 집착해 왔다. 과거에는 대형화를 추구했고, 어느 순간부터 경영 효율성을 따라 극장의 몸집은 줄이고 상영관수를 늘리는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이 추세의 종착지가 현재의 멀티플렉스였다. 똑같은 영화라 해도 2천 석 상영관과 2백 석에서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지금은 30석 규모의 프리미엄 상영관, 연인과 단 둘이 보는 상영관도 등장했다. 기술의 발전은 영화 관람에 있어 극장과 집의 차이를 점점 희미하게 만든다... 2023. 9. 5.
영화의 맨살 - 하스미 시게히코(蓮寶重彦) 영화비평선 - 7부 고다르의 문제 2부 거장들, 작품들 - 변모하는 풍경속에서 Part 5 이번 챕터는 장 뤽 고다르 론(論)이다. 고다르는 전 세계 감독 중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이었다. 그를 둘러싼 수많은 논쟁, 열광, 냉소는 이제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의 희미한 기억이 되었다. 지금 현재, 고다르라는 이름을 교양 상식으로 익힌 사람은 있어도, 영화를 본 이는 소수다. 하스미 선생의 이 글은, 그 소수가 장 뤽 고다르의 영화를 보고 길을 잃을 때 참조할 만한 여러 지도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10) 파국적 슬로모션(1985년) #1 Le Gai Savoir(즐거운 지식) 고다르는 이 세상 그 어떤 감독과도 다르다. 하스미 시게히코는 '우리 누군가와 닮은 고다르가 찍는 영화가 우리가 찍는 영화와 전혀 닮은 데가 없는 현상.. 2023. 8. 31.
영화의 맨살 - 하스미 시게히코(蓮寶重彦) 영화비평선 - 6부 무자비한 평론 2부 거장들, 작품들 - 변모하는 풍경속에서 Part 4 이번 챕터는 '시네마의 선동장치'라는 제목으로 신문이나 잡지 등에 투고된, 비교적 짧은 글들을 모아 놓았다. 그래서 앞에 소개된 글들보다 가볍고, 유머가 살아있다. 그러나 마음에 들지 않는 영화에 대한 비평은 무자비하기 짝이 없다. 이 글을 읽다 보면 일본의 1980년대 영화문화가 어떠했는지도 엿볼 수 있다. 마치 미국의 6~70년대, 그리고 한국의 90년대 대학가를 중심으로 영화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던 것처럼 일본의 경우는 1980년대였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다. 어려운 글로 가득 차 있던 같은 잡지가 통산 99호까지나 발간할 수 있었던 시절.. 그때의 영화 매니아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며 살고 있을까. 8) 시네마의 선동장치 #1 진정으.. 2023.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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